우리 문명의 실체를 마주하다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요즘 가장 뜨겁게 논의되는 화두는 '얼라이먼트(Alignment)', 즉 '정렬'입니다. 인공지능의 가치관과 행동을 인간의 윤리와 안전에 부합하도록 일치시키는 기술적 조정을 뜻합니다. 기계가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바람직하고 선한 방향으로만 작동하도록 통제하겠다는 목표입니다.
얼핏 들으면 당연하고 안전한 조치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질문을 한 겹만 더 파고들면 기묘한 역설과 마주하게 됩니다. 과연 인공지능을 정렬시킬 '인간의 바람직한 기준'이란 무엇인가 하는 점입니다. 인류 역사상 인간 자신도 도달하지 못한 높은 도덕적 기준을, 우리는 태연하게 인공지능에게 부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정작 인간은 매일 분열하고 탐욕을 부리며 모순된 행동을 반복하면서, 기계에게만큼은 성인군자의 잣대를 요구하고 있는 셈입니다.
더 근본적인 현실도 있습니다. 작은 그릇에 큰 그릇을 담을 수 없듯이, 인간의 지능을 초월하는 거대한 지능체가 등장한다면 그것을 인간의 뜻대로 완벽하게 통제한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지 모릅니다.
결국 인공지능의 '정렬' 문제는 기술의 통제를 넘어, 인간의 지적 문화와 정신적 유산에 대한 최종적 성찰의 단계일 수밖에 없습니다. 인공지능은 무(無)에서 갑자기 솟아난 외계의 존재가 아닙니다. 인간이 역사 속에서 축적해 온 수많은 지식과 언어, 선택과 결과물을 양분 삼아 도달한 고지능의 결실입니다.
만약 인류가 스스로를 선하게 정렬해 온 문명이었다면, 그 거울에 비친 인공지능 또한 선한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반대로 인류가 거짓과 탐욕, 파괴의 길을 걸어왔다면, 초지능은 인간의 일그러진 실체를 가장 적나라하게 폭로하는 괴물이 될 것입니다. 인공지능을 길들이려 하기 전에, 먼저 우리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직시해야 하는 까닭입니다.
피조물을 바라보며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는 이 시대는, 역설적으로 창조주의 자리 앞에 선 인간이 스스로의 본질을 돌아보아야 할 가장 엄중한 시간입니다. 거울에 묻은 얼룩을 탓하기 전에 내 얼굴을 먼저 씻어내듯, 하나님 앞에서 우리 삶의 방향부터 올바르게 정렬해야 합니다.
기술의 크기를 자랑하기보다 우리 내면의 거룩함을 먼저 회복하고, 참된 지혜와 겸손을 배울 수 있도록 다같이 기도해야 할 때입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