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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리를 화평케 하는 자로 부르셨습니다

makar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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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의 한구석에서 씁쓸한 소식을 접했습니다. 대전의 명물 빵집으로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성심당’을 두고, 창업주의 고향이 북한(함경남도 함주)이라는 이유로 불매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는 이야기입니다. 출신 지역만을 문제 삼아 편을 가르고 배척하려는 비뚤어진 시선 앞에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그러나 그 빵집의 뿌리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 비난이 얼마나 무지하고 허망한 것인지 금세 알게 됩니다. 창업주 고(故) 임길순·한순덕 부부는 공산 치하의 핍박 속에서 신앙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피란길에 올랐던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습니다. 1950년 겨울, 6·25 전쟁의 한복판에서 정원 60여 명에 불과했던 화물선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1만 4천 명의 피란민과 함께 몸을 실었습니다. 사흘간의 항해 끝에 단 한 명의 사망자도 없이 거제도에 닿았던 이 기적의 배 안에서, 부부는 “살아남는다면 평생 이웃을 도우며 살겠다”고 하나님 앞에 서원했습니다.

1956년, 서울로 향하던 기차가 고장으로 대전에 멈춰 섰을 때 그들의 손에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대전의 대흥동성당에서 구호물품으로 얻은 밀가루 두 포대가 전부였습니다. 그 밀가루로 대전역 앞에서 천막을 치고 찐빵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부부는 피란선에서의 약속을 잊지 않았습니다. 하루 300개의 빵을 만들면 그중 100개는 반드시 굶주린 이웃에게 아낌없이 건넸습니다.

“당일 만든 빵은 당일 모두 소진하고, 남은 것은 가난한 이들과 나눈다.” 배고팠던 시절의 은혜를 잊지 않고 70여 년간 지켜온 이 거룩한 나눔의 고집은, 대전 외에 단 하나의 분점도 내지 않고도 전국 대형 프랜차이즈를 뛰어넘는 기적 같은 기업으로 자라났습니다. 그들이 매일 구워낸 빵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생명을 건진 자가 하나님과 이웃을 향해 바친 감사의 보답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전 70년이 훌쩍 지난 오늘날 우리의 모습은 어떠합니까? 계층과 세대, 이념과 출신 지역이라는 날카로운 칼날로 서로에게 잣대를 들이대며 갈등의 골을 깊게 파고 있습니다. 나와 다른 진영에 속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심지어 목숨 걸고 자유를 찾아 내려와 평생을 베풀며 살아온 이들의 숭고한 헌신마저 이념의 덫을 씌워 헐뜯습니다. 분열과 혐오가 당연한 상식처럼 자리 잡아가는 참으로 서글픈 현실입니다.

성경은 갈라진 세상을 살아가는 성도들에게 분명한 사명을 일깨웁니다.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마 5:9)

그리스도인의 본질은 내 진영의 주장을 거칠게 관철하며 담을 쌓는 자가 아닙니다. 미움과 오해가 가득한 갈라진 틈 사이에 서서, 십자가의 사랑으로 사람과 사람을 잇는 ‘피스메이커(Peace Maker)’입니다.

배고픈 이웃에게는 거창한 이념보다 당장 허기를 채워줄 따뜻한 빵 한 조각이 진정한 복음이었듯, 갈등의 시대를 살아내는 성도에게 필요한 것은 날 선 비판이 아니라 상대를 향한 묵묵한 경청과 이해입니다.

색안경을 벗고 사람 자체를 긍휼의 눈으로 바라봅시다. 편견의 담을 허물고 먼저 화평의 손을 내밀 때, 그곳에서 비로소 주님의 평화가 시작됩니다. 이번 한 주간도 분열된 세상 속에서 화평의 다리를 놓는 복된 통로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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